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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유튜브서 노래 초라하다고? 한없이 자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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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12-13 19:19 조회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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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유튜브 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난 주현미가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창섭 기자

 

■ 35년차 가수이자 2년차 유튜버 주현미 

작년 ‘주현미 TV’ 열어 전통가요 소개…매주 2회씩 영상
연주자 2명과 단출하게 노래…엄마는 서운한지 아직 안봐
“내가 곡 선택해 내 방식대로 부르는 무대…소중하고 감사”

대학 졸업후 약국 운영… 폐업 위기서 깜짝 데뷔 기회
지금까지 19집 발표…내년 2월쯤엔 새 앨범 발표 계획
“최근 ‘송가인 효과’트로트 재조명…계속 소통하고 싶어”

“처음엔 한국의 대중가요 교과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요. 그래도 앞으로 10년은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수 주현미(58)는 트로트계의 원조 디바다. 송가인이 ‘미스 트롯’ 오디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트로트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면, 주현미는 1980∼1990년대를 들썩이게 했던 최고의 스타였다. 1984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점령했던 앨범 ‘쌍쌍파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85년 정규 1집 ‘비 내리는 영동교’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간드러지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1960∼1970년대 비극적 한(恨)이 서려 있던 기존의 트로트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그 이후로 35년이나 정상을 지키고 있는 가수가 지난해 돌연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주현미 TV’를 열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왜 굳이…”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들, 딸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유튜브라는 걸 자주 사용하게 됐어요. 박막례 할머니 같은 분들이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나중엔 그 자유로움에 반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이면 우리의 전통가요를 교과서처럼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11월 26일 첫 영상을 올렸습니다.” 

‘주현미 TV’는 지난달 말로 개국 1주년을 맞았다. 첫 영상 이후 매주 2회(월요일과 목요일)씩 올린 3∼4분짜리 가창 영상이 무려 116곡.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청자들의 댓글을 소개하는 ‘달달한 토크’ 영상까지 더하면 콘텐츠가 120개가 넘는다.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전통가요를 소개하고 있다. 김소월 작사-서영은 작곡의 ‘부모’(1968), 최치수 작사-김부해 작곡의 ‘대전블루스’(1959), 윤부길 작사-한복남 작곡의 ‘처녀 뱃사공’(1958), 손석우 작사·작곡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1961), 반야월 작사-이호 작곡의 ‘소양강 처녀’(1970) 등을 장식과 기교를 배제한 채 최대한 원곡에 가깝게 부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 1000곡 정도를 생각했어요. 부르지 않으면 사라지는 우리 가요가 아쉬웠거든요. 오리지널의 왜곡 없이 그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 생각도 컸어요. 그래서 기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반주도 최소한으로 했어요. 제 콘서트 때 밴드를 이끄는 마스터 이반석 씨가 기타를 연주하고, 김태호 씨가 아코디언을 맡고 있어요. 우리끼리 상의해서 곡을 하나씩 올렸는데 요즘엔 팬들의 신청곡도 많아요.”

각 가창 영상엔 ‘노래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반석 기타리스트가 골머리를 썩여가며 수집한 곡의 역사와 사연을 정리한 글이다. “교과서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주현미의 바람처럼 가창 영상과 노래 이야기가 그대로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고 있다. 

“좀 더 재미있고 신나게 녹음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오리지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등대섬의 추억’ 같은 곡은 저도 이번에 공부하면서 새로 알게 된 곡이에요. 기록으로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팬들도 서서히 그 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반응은 뜨겁다. 구독자 수가 6만6000명을 넘었고, 누적 조회 수는 1400만 건에 육박한다.  

특히 팬들의 댓글이 많다. “한국 전통가요의 역사를 새로 써 가는 노력에 감사하다” “국보급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어 좋다” “개국 1주년을 축하한다. 누구도 못한 가요일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데뷔 때의 주현미는 최초의 약사 출신 가수로 유명했다. 중앙대 약대 졸업 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한울약국’을 운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주변의 권유로 ‘쌍쌍파티’라는 ‘메들리’를 냈다. ‘메들리’는 당시 유행하던 언더그라운드 유통 방식이다. 수많은 아마추어나 무명가수들이 유명 가수의 히트곡을 엄선해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뜻한다. 그게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시장, 노점에서 대박이 났다. 주현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MBC ‘쇼2000’의 신승호 PD가 약국으로 전화를 걸어와 출연을 요청했다. 약국 사정이 형편없어서, 주현미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 안 되고 힘들어서 거의 폐업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다. 준비도 없이 미팅에 나갔던 주현미는 곧바로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함께 생방송에 출연하며 깜짝 데뷔했다.

 

 


그 이후로 주현미는 지금까지 35년간 19집을 발표했고, ‘신사동 그 사람’ ‘울면서 후회하네’ ‘짝사랑’ ‘잠깐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1988∼1992년까지 5년 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받은 주인공이고, KBS와 SBS 연말 가요대상의 단골 출연 가수였다. 지금 송가인의 인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저희 친정어머니는 지금도 제 유튜브 영상을 안 보세요. 큰 무대에서 섰던 제가 연주자 2명 앞에서 단출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왠지 초라해 보였나 봐요. 하지만 저는 이런 형식이 자유롭고 좋아요. 관현악단이 세팅된 TV 방송국의 대형 무대도 좋지만 유튜브엔 벽이나 한계가 없어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낍니다. 물론 요즘은 저 같은 중년 가수들이 출연할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죠. 그러나 제가 선택한 노래를 제 방식대로 부를 수 있는 이 무대가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따라서 협찬은 절대 사절이다. 선곡부터 편곡, 연주, 가창, 스튜디오 녹음 등을 직접 챙긴다. 다행히 매일 바꿔야 하는 의상은 오래된 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유튜브에서 나오는 수입으론 스튜디오 녹음 비용도 안 나오죠. 도중에 방송국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만들기는 어렵잖아요. 당분간은 힘닿는 대로 이렇게 해볼 겁니다. 하지만 내년 35주년 전국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서 몸이 바쁘네요. 일주일에 2회는 무리여서 일주일에 1회로 줄일까 심각히 고민 중입니다. 오래 하려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해야죠. 하하.”

주현미는 3일 부산에서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조인트 콘서트를 열었다. 이어 20∼2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주현미의 러브레터’라는 송년 디너쇼를 개최한다. 데뷔 35주년이 되는 내년엔 새 앨범을 내고, 전국 20개 지역을 돌며 35회의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새 앨범은 트로트는 물론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려고 한다.

“내년 2월쯤 앨범을 발표한다는 목표하에 이곳저곳에서 곡을 받고 있어요. 배우 유준상 씨가 작사·작곡해준 곡도 있어요. 제가 유준상 씨의 뮤지컬 팬인데 공연에 갔다가 만난 게 인연이 됐어요. 이렇게 곡도 만들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하죠. 그러나 그 곡이 최종적으로 앨범에 실릴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하하.”

내년이면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주현미는 그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몸과 마음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아서다. 

“요즘 후배 가수들 보면 안타까워요. SNS로 심한 갈등을 겪고 그러잖아요. 저도 한창 활동하던 때는 그랬죠. 낯가림이 심해서 잘 즐기지를 못했는데 이제는 나이 먹어 가는 게 좋아요. 일상에서는 최대한 가볍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세월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몸이나 정신은 아직도 늘 긴장하고 있어요. 그렇게 안 하면 ‘신사동 그 사람’을 팬들이 처음 좋아해 주셨던 그때 그 느낌으로 부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주현미는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뮤직 패밀리’이기도 하다. 남편 임동신 씨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지금도 곡을 만들고 있고, 딸 임수연은 2017년 앨범 ‘핑거프린트(Fingerprint)’를 내고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다. 아들 임준혁은 주현미가 소속된 CC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미국 버클리음대를 나왔지만 대중가요의 맛에 반해 결국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유튜브 동영상 중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올린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 캐럴에서 주현미 가족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들, 딸과 하모니를 맞추는 주현미의 표정이 매우 행복해 보인다.

“강원 동해안 쪽에 산다는 어느 팬의 사연이 가슴에 남아요. 그분은 차에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분인데요. ‘쌍쌍파티’ 때부터 제 노래 CD를 틀고 다니면 손님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행복했다고, 자신이 가는 길에는 늘 주현미 노래가 있었다고 하셔서…그 사연을 듣는 순간 목이 메어서 울컥했었죠.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지 몰라요. 최근 전통가요가 다시 주목받아서 좋습니다. 다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건 잠깐이잖아요. 대중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요. 여러분 모두 행복한 연말 되세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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